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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50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우리 민속문화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이 글에서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지켜온 줄 하나, 그 안의 역사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닙니다. 이 축제는 조선 중기부터 이어져 온 민속 행사의 일환으로,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전통문화입니다.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매년 4월 열리는 이 축제는, 단지 줄을 당기는 놀이를 넘어, 마을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이자 공동체의 연대감을 다지는 사회적 의례로 기능해왔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기지시줄다리기는 약 500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매년 음력 3월 보름 전후로 열려 왔습니다. 그 기원은 마을의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땅의 기운을 다스리고, 액운을 물리치며,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의미는 줄의 형태와 제작 방식, 줄다리기의 순서와 의식 등 다양한 요소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줄다리기라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닌, 상징적 의미를 띤다는 점에서 기지시줄다리기의 문화적 깊이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숫줄’과 ‘암줄’이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을 음양의 조화로 해석하며, 이는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서서 생명의 결합과 풍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처럼 줄다리기는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삶의 철학이 담긴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무형의 유산으로 남겨진 전통의 흐름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살아 있는 민속유산입니다.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속에 맥을 이어왔으며, 이 전통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전승 노력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1982년에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며 본격적인 보존과 체계적인 전승 활동이 시작되었고,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국제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지정은 기지시줄다리기가 단순한 지방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줄 제작법 또한 이 축제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볏짚을 엮어 수십 미터에 달하는 줄을 만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줄 제작에 참여하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집니다. 각 마을마다 ‘줄꼬기’ 전문가가 있으며, 그 기술은 구전과 실습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줄을 꼬는 데에는 단순히 손기술만이 아닌,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온 지혜와 노하우가 깃들어 있습니다. 더불어 줄다리기를 위한 의식행렬, 줄 점화식, 줄 당기기 순서, 그리고 이후 벌어지는 놀이와 잔치는 모두 이 축제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전통 요소들입니다. 특히 줄다리기의 승패는 남성적인 경쟁의 의미가 아니라,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의 줄이 이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줄을 만들고, 함께 당기고, 함께 웃는 그 과정이 축제의 핵심입니다.
잇고 지키는 우리의 전통, 그 자부심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적 가교입니다. 단지 즐기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수백 년간 누적된 삶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을 공유하는 장이자,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귀중한 전통의 현장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축제가 매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가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그것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과 외지인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고, 줄 제작이나 줄다리기 행사에 직접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행사를 넘어 새로운 세대에게 전통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 또한 자신들이 지켜온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 문화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퍼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존되고,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전통의 계승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줄 하나로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그 줄의 의미는 단단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의 삶 속에 이어져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