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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줄은 수십 명의 손길과 오랜 노하우가 담긴 공동의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줄 제작의 전통 방식과 그 안에 깃든 공동체의 정신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줄 하나, 공동체의 마음을 엮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볏짚 줄입니다.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 사용했던 얇은 나일론 줄과는 차원이 다른, 수십 명이 함께 손으로 꼬아 만든 이 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며, 전통의 결정체입니다. 그 규모에 한 번 놀라고, 만드는 과정을 알고 나면 그 정성에 두 번 감동하게 됩니다. 줄은 단순히 '놀이 도구'가 아닙니다. 줄을 만드는 일은 축제를 여는 가장 신성한 첫 단추이며,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는 공동의 의식입니다. 줄 제작은 축제 약 한 달 전부터 시작됩니다. 마을 곳곳에 모인 볏짚은 겨울을 넘기고 저장된 것으로, 수확 후 잘 말려 보관한 고운 짚을 사용합니다. 줄 제작을 맡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줄꼬기 장인으로 불릴 만큼 노련한 기술을 갖추고 있고, 그 지혜는 세대를 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처음 줄 제작에 참여한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이 복잡한 공정이 놀라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작은 줄을 만들고, 그 작은 줄들을 다시 모아 큰 줄로 꼬아갑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손으로 엮어야만 마침내 줄다리기에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줄이 탄생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공동체 정신의 실천이며, 그 속에는 협력과 배려, 전승과 정성이라는 가치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줄의 탄생, 전통기술의 정수
기지시줄다리기의 줄 제작 과정은 크게 ‘짚 준비 → 작은 줄 꼬기 → 합줄 → 중심줄 제작 → 마무리 장식’의 단계로 나뉩니다. 각 과정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역할 분담이 존재하며, 이를 정확히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짚 준비** 줄 제작에 사용되는 볏짚은 깨끗하게 세척된 후, 일정한 길이와 굵기로 잘라 말려둡니다. 물에 적셔 유연성을 더한 볏짚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정성껏 꼽고 꼬아야 합니다. 2. **작은 줄 꼬기** 이 과정은 여성들이 주로 맡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끈질기게 볏짚을 손으로 비비며 작은 줄을 만듭니다. 이 줄들이 바로 큰 줄의 기본 단위가 됩니다. 3. **합줄 작업** 작은 줄들을 다시 모아 큰 줄로 엮는 작업은 주로 남성들의 몫입니다. 무게도 상당하고, 고르게 꼬아야 하기에 힘과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죠. 여러 개의 작은 줄이 중심 줄을 감싸듯 결합되며, 이 과정은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4. **중심 줄 제작** 줄다리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심 줄은 보통 ‘숫줄’과 ‘암줄’로 나뉘며, 각각의 방향에 따라 꼬는 방식과 세팅이 다릅니다. 가장 정교하고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줄 제작의 핵심입니다. 5. **마무리 장식** 줄의 양 끝에는 장식용 볏짚 장식과 기원문이 함께 달립니다. 이 장식은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줄이 단지 물리적 도구가 아닌 영적인 매개체임을 상징합니다. 줄 제작 과정은 보통 3~4일 정도 소요되며, 그동안 마을 사람들은 함께 식사하고, 농악을 울리며, 마을 곳곳에서 줄을 꼬며 공동체 의식을 다집니다. 줄을 만드는 장소는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세대가 어울리고, 이야기가 흐르며, 전통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입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마을의 전통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지킨다는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술을 넘어 마음을 잇는 손길
줄을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기술을 넘어서, 마음을 엮는 행위입니다.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이 줄은 단순히 경기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과 정성이 담긴 줄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땀과 웃음, 대화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줄꼬기 장인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줄을 꼬는 건 손이 아니라 마음이여. 마음이 흐트러지면 줄도 풀어지지.” 단순한 말 같지만, 그 속엔 수십 년 동안 줄을 꼬아온 사람만이 느끼는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줄 제작은 전통의 계승을 넘어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행위입니다. 이제는 줄꼬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도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외국인 방문객들도 이 과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줄을 손으로 직접 만지고, 꼬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전통의 가치와 공동체의 따뜻함을 새삼 느끼곤 합니다. 기지시줄다리기의 줄은 단순히 엮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는 작업입니다. 앞으로도 이 줄이 끊어지지 않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줄을 통해 마음을 잇는 그날까지 전통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