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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세계꽃식물원 속 유럽의 정취, 유럽식 온실 정원의 진면목

    도심을 떠나 충청남도 아산의 조용한 들녘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건축미와 풍성한 꽃향기를 머금은 유리온실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세계꽃식물원의 ‘유럽식 온실 정원’이다. 단순한 온실이 아닌, 마치 유럽의 고전 정원에 들어선 듯한 공간 구성과 정원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식물을 보는 눈을 넘어, 공간 전체를 감상하게 만든다. 이곳은 자연과 조경, 그리고 문화가 하나로 융합된 복합 힐링 공간으로, 단순히 ‘꽃이 많은 곳’이 아닌 ‘정원이 가진 이야기를 담은 곳’이라 부를 수 있다. 식물 하나하나의 배치에는 조경 철학이 담겨 있고, 공간의 구성은 유럽의 왕실 정원에서 차용된 원리를 바탕으로 재해석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식물의 생명력과 인간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세계꽃식물원
    세계꽃식물원

    정원의 기하학적 미와 온실 구조의 조화

    유럽식 온실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질서 있는 아름다움**이다. 정원 전체가 좌우대칭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조각 분수 혹은 원형 화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시작된 바로크 양식의 전형으로, 자연을 인간의 이성으로 제어하며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 철학이 녹아 있다. 세계꽃식물원은 이 원리를 모티브 삼아 온실 내부의 보행로와 식재 구역을 설계하였다. 붉은 벽돌로 조성된 보도는 중심에서 사방으로 퍼지며,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정원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구조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중심 분수를 기점으로 라벤더, 제라늄, 장미, 베고니아 등 계절마다 교체되는 유럽 대표 꽃들이 층층이 펼쳐져 있다. 온실을 감싸는 구조물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아치형 지붕은 햇빛을 자연스럽게 투과시키며, 등나무나 덩굴장미 같은 클라이밍 플랜트가 지붕의 윤곽을 따라 우아하게 뻗어 있다. 계절마다 다른 식물이 이 지붕을 수놓으며, 해가 뜨는 아침과 노을 지는 오후에는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온실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식물과 예술, 문화가 함께 호흡하는 테마형 정원

    세계꽃식물원의 유럽식 온실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조경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은 시기마다 다른 ‘테마 정원’으로 꾸며져, 유럽 각국의 정원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4월과 5월에는 '네덜란드 튤립 축제'를 테마로 하여 온실 한쪽을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가득 채우고, 풍차 모양의 포토존을 마련하여 네덜란드 특유의 정취를 재현한다. 6~7월에는 '프랑스 프로방스 정원'으로 탈바꿈해, 라벤더 밭과 허브 화단을 중심으로 향기로운 정원이 펼쳐진다. 이 외에도 독일식 장미정원, 영국식 잔디광장 등 다양한 나라의 정원양식이 계절별로 순환 전시된다. 정원 중앙의 분수대 옆에는 미니 갤러리존이 마련되어 있어, 유럽 각국의 정원 조경 역사, 예술과 식물의 상관관계, 정원 디자인 이론 등을 소개하는 패널이 전시된다. 이곳은 단순한 식물 감상이 아니라, 정원에 대한 지식과 예술적 감각을 동시에 일깨우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감각적 경험을 자극하는 다중 감성 공간

    유럽식 온실 정원의 또 다른 매력은 ‘오감 체험’이다. 눈으로는 꽃의 색과 풍경을 보고, 코로는 향기를 맡으며, 손으로는 잎사귀를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귀로는 정원 음악을 듣는다. 곳곳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에서는 바흐나 모차르트의 클래식이 은은하게 흐르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조용한 유럽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향기 식물 코너에는 로즈메리, 레몬밤, 세이지, 민트 등 다양한 허브들이 식재되어 있으며, 향기 체험 안내판을 따라 손으로 잎을 문지른 뒤 향을 맡아볼 수 있도록 유도되어 있다. 이는 유럽 정원에서 자주 활용되는 ‘향기 경로(Scent Pathway)’ 연출 기법으로, 단순한 시각적 감상에서 한층 더 나아간 체험형 요소다. 또한, 이 공간은 노약자나 유아동을 위한 접근성도 뛰어나다. 유모차나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충분히 넓은 길과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으며, 앉아서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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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꽃식물원

    포토스팟 이상의 가치, 웨딩과 문화행사 공간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식 온실 정원은 단순한 관람지를 넘어, 웨딩 촬영이나 소규모 문화행사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꽃과 빛, 구조물의 조화가 뛰어난 덕분에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문 촬영작가들 사이에서도 '작품 사진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클래식 미니 콘서트, 플라워 클래스, 정원 해설 투어 등 문화 행사가 함께 열리기도 한다. 이는 유럽식 정원이 가진 문화적 유산과 예술적 감성을 국내에서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들로,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맺음말

    아산 세계꽃식물원의 유럽식 온실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식물들을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해 온 유럽 정원 문화의 깊이를 공간으로 풀어낸 하나의 예술 공간이다. 정원의 각 요소는 조경 미학과 생태, 철학이 함께 담겨 있으며, 관람객은 그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화려함과 절제의 균형, 질서 속의 생명감, 문화와 향기와 소리로 가득한 이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곳을 걷고 나서 '식물원'이 아닌 '정원에서 감성 여행을 한 느낌'이라 표현했다. 유럽을 동경하지만 먼 여정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아산의 이 작은 정원은 그리운 유럽의 정취를 충분히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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